ETRI 대표 로봇 개발 (의뢰처: ETRI)

1. 과제 소개

  • 발주처: ETRI (전자통신연구원)
  • 개발 기간:  2009.06.11 – 2010.11.19
  • 목적: ETRI 내에서 다양한 로봇 기술을 테스트하기 위한 플랫폼 및 안내 서비스 제공
  • 프로젝트 코드명: Areumi
  • 참여 연구원: 성상학 팀장, 박현우 팀장, 박종호 팀장, 박준휘 주임

대전에 위치한 전자통신연구소(ETRI)에서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핸드폰과 관련된 통신 기술을 연구하지만 로봇과 영상에 관한 연구도 많이 수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위드로봇과는 많은 부분에서 관심사가 중첩되기에 ETRI가 수행하는 국책과제에 공동연구 기관으로 참여하거나 외주 용역을 수주해서 진행하곤 합니다. 위드로봇 창업 이후에 해마다 적어도 2건 이상의 과제가 ETRI와 진행되었습니다. 이번에 진행한 과제는 드디어 회사 이름과 걸맞는 ‘로봇’에 관련된 과제입니다. “위드로봇”이라는 사명과는 달리 실제 일반적으로 상상하는 로봇 자체는 아직 위드로봇에서 개발, 판매를 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아직은 로봇 시장이 성숙되지 않았다고 생각되며 열심히 요소 기술 및 핵심 기술을 축적해 가다가 위드로봇 관점에서 확실한 시장이 있다면 로봇을 시작할 생각입니다. 그러다 보니 로봇에 관련된 일은 진행이 안되고 있었는데, 마침 ETRI  로봇 연구부에서 재미있는 주제를 위드로봇에게 주셨습니다. 의뢰 내용은 ‘외부 형상은 인간과 비슷한 모습을 가지되 ETRI 인지융합기술을 다양하게 실험할 수 있는 로봇 플랫폼을 만들어 달라’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기간과 금액은 생각보다 촉박하고 작았지만 연구진들과 소통이 잘 되었기에 위드로봇에게도 충분히 도움이 되는 과제로 남을 것으로 보여 과제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2. 로봇 제작기

우선 전형적인 두 발로 걷는 휴머노이드로 제작할 것인지 아니면 바퀴 구동형의 모바일 로봇 형태로 갈 것인지를 결정해야 했습니다.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측면이나 기술적인 완성도 측면에서는 당연히 biped 방식이 낫겠습니다만, ASIMO를 선두로 국내의 HUBO/MARU 등의 멋진 휴머노이드 플랫폼이 있는데 굳이 또 다른 me-too 플랫폼을 만들 필요가 있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다고 바퀴 구동형의 모바일 로봇을 만들기에는 별 재미가 없어보이구요. 검토 중 omni-directional 방식의 메카넘휠로 전방향 모바일 플랫폼을 만들고, 이 위에 인간의 형상을 딴 메이드(maid) 이미지의 로봇을 만들어보면 어떻겠냐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바퀴 부분은 치마로 가리고 전체적인 느낌은 여성 이미지를 풍기도록 하구요. 90년대에 일본에서 이러한 이미지를 가지는 로봇 제작이 시도된 예가 몇 가지 기억이 납니다만 모바일 베이스가 omni-directional 방식은 아니였기에 만든다면 나름 의미가 있어 보였습니다. 이래 저래 고민하다보니 시간만 자꾸 흘러가고 결정은 안나고… 전형적인 과제 초기의 모습이죠. 발상을 달리해서 만일 만든다면 최소 비용으로 어느 정도 기간이 소요될 지를 산정해 보니, 설사 만들고 난 다음 폐기되는 운명에 처하더라도 위드로봇에서 견딜 수 있는 수준의 금액과 기간이었습니다. 그럼 “일단 만들어서 움직여보자. 움직이는 것을 보면 할지 말지 바로 결정할 수 있을 것 같다”라는 대책없는 낙관론으로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면, 그다지 나쁜 결정은 아니었습니다. ^^;

모바일 플랫폼 부분

대강의 3D 도면을 뽑고, 설계에 들어갔습니다. 빠르게 제작하기 위해 뼈대는 알루미늄 프로파일로 만들구요, 모터와 바퀴는 일단 상용품으로 판매하는 것을 구매하였습니다. 처음에는 상용품으로 테스트를 진행했습니다만 진동이 심해 카메라 영상이 거의 볼 수 없을 정도로 흔들리는 문제점때문에 옴니휠 바퀴 부분은 나중에 직접 설계를 해서 교체했습니다. 성 팀장님의 기계 설계 실력과 추진력, 그리고 박종호 팀장님의 빠른 제어기 설계 덕분에 2달 안에 움직임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동영상으로 확인해 보시죠.

무선으로 움직이도록 하고 사람이 올라타고 실험을 하기도 했는데 주변분들이 보시면 신기해 하시더군요.

그 다음에는 상체와 팔, 머리를 만들어야겠죠? 팔이야 전형적인 manipulator 구조라서 큰 고민은 없었습니다만, 가장 큰 문제는 손이었습니다. 손! 사실 손가락이 모두 구현되도록 만들면 좋겠습니다만, 이렇게 구현하는 것은 전체 일정을 무지막지하게 차질을 주게되어 절충안을 찾아야 했습니다. 1차 아이디어는 MIT에서 기본 구조를 만든 3지 형태의 로봇손이었습니다. 90년대데 날아가는 공을 척척 잡아내는 데모로 유명해진 구조죠. 똑같이 흉내를 내서 만들어봤습니다만… 전체적인 이미지가 인간의 모습과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아쉽지만 최종 구조는 벙어리 장갑을 끼고 있는 듯한 형태의 모습으로 변경되었습니다.

상체는 기본적으로 허리를 숙일 수 있도록 구조를 설계하고, 팔은 6자유도로 설계하였습니다. 그런데 제어기 연결 구조를 daisy chain이 아니라 star 방식으로 결정이 되었기에 과제 종료 시점에서 어마어마한 문제를 야기시킵니다. 문제가 있을 것이라 예상은 했지만 흘러 넘치는 케이블들로 결선 작업이 중노동으로 바뀌는 문제가 생겼죠. 내부에는 PC를 넣어 기본 작업은 PC에서 처리하는 것과 동일한 구조로 구성하였습니다. 나름 심혈을 기울인 부분은 얼굴 부분입니다. 대부분의 로봇이 전형적인 헬맷을 쓰고 있는 형태이지만 감성적인 느낌을 주기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차선으로 선택하는 방식이 LCD를 얼굴에 배치하는 것인데 테스트를 해 봐도 전혀 멋지다는 느낌이 나질 않더군요. 얼굴은 곡면인데 반하여 LCD 모니터는 평면이기 때문에 그렇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2009년에 휘어지는 디스플레이를 구할 수는 없고… 그럼 대치품이라도 만들어야죠. ^^; 절대 자동화 할 수 없는 ETRO의 얼굴은 박 팀장님의 손끝에서 만들어졌습니다. 장인의 손길로 PCB 한장, 한장 손땜으로 만들고, 이러한 PCB를 25장을 차곡차곡 쌓아 곡면을 만들어 냈습니다. 이렇게 만든 곡면의 테두리에는 3색 LED가 장착되어 있어 8bit 단위로 밝기값을 제어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얼굴 부분만 별도의 컨트롤러를 장착하여 PC에서는 지정된 표정을 지시하면 그 표정을 출력하는 것은 임베디드에서 처리합니다. 화소 단위로 직접 커맨드를 내릴 수도 있구요. 표정은 별도의 SD카드에 기록되어 있어 필요하다면 표정은 계속 만들어 추가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이렇게 만들다 보니 표정 생성 PC 프로그램도 만들어야 했지요. 어찌 보면 ETRO 각 부분들 중에서 위드로봇의 창의성이 가장 많이 발휘된 부분이기도 합니다.

동영상으로 동작을 한 번 보시죠.

자, 이제 상체를 쌓아 올리기 시작해야죠. 연초에 시작했는데 여기까지 오니 여름이 되서 에어콘을 틀고 일해야 했었습니다. 성 팀장님이 힘들게 배선하고 조립하던 모습이 선하네요. 하루 지나면 팔이 만들어지고, 하루 지나면 목이 만들어지는 식으로 로봇의 모습이 구색을 갖추기 시작했습니다.

 

자, 이제 어느 정도 로봇 꼴을 갖추었습니다. 그럼 이제 이 아가씨를 멋들어지게 움직일 마스터 부분을 만들어야겠죠. 로보틱스 쪽에서는 텔레로보틱스라는 근사한 말로 설명합니다만, 좀 쉽게 표현하면 “조정기”를 만들어 원격에서 조정하는 것입니다. 이 때 조정부분을 마스터라고 부르죠. 이런저런 마스터에 대한 아이디어가 나왔습니다만 다 폐기되고, 일반적인 “조이스틱”으로 낙찰되었습니다. 실제로 조정해보니 조이스틱이 가장 무난하더군요. 로봇이 보는 영상을 마스터쪽으로 전송하여 원격에서 제어할 수 있도록 PC 프로그램을 구성했습니다. 이렇게 다 만들고 나니… 크리스마스네요. 회사에 크리스마스 조명으로 꾸며놓고 로봇으로 간단한 데모 동영상을 찍어봤습니다. 조금 길지만 즐거운 노래(?)와 함께 감상해 보시죠.

 

ETRO_T

3. 로봇에 대한 단상

어렸을 때 로봇 만화를 보며 로봇을 좋아하던 녀석들이다보니 로봇을 만드는 과정 자체는 재미있었습니다. 하지만 90년대나 2000년대나 아직도 만화에 나오는 자유도와 지능을 가진 로봇을 만들기에는 역부족입니다. 지능이나 자유도를 떠나서 다관절의 제어기 구조 조차도 아직까지는 이렇다할 답이 없는 것 같습니다. 돈이 된다면 많은 연구원들이 뛰어들어 이런저런 좋은 결과를 내놨을 것 같습니다만 아쉽게도 아직 인간형 로봇은 돈이 되질 않습니다. 그렇다고 위드로봇과 같이 10명도 안되는 회사에서 다관절 제어기에서부터 시작해서 이런저런 부분을 모두 직접 설계하기에는 부담이 많습니다. 만들고 나서도 막상 활용 방안을 고민하다보면 기능적인 제한 때문에 많은 부분에서 아쉽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가 ‘로봇의 문제’라고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로봇 제작자들의 ‘상상력의 부족’으로 보이죠. 제작 컨셉을 잡는 초기에 “인간형 로봇의 모션이 꼭 정밀해야 하는가?” 라는 단순한 질문에 “어찌됐건 정밀해야 한다”라고 결론내려진 부분은 두고두고 아쉬웠습니다. 산업용 로봇이라면 각 관절에 backlash를 없애고, sub um 수준의 정밀도를 보장해야 겠지만 인간에게 서비스 하는 로봇이 이러한 정밀도를 유지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가를 곱씹게 되더군요.  아마도 이 과제를 계기로 최소 2~3년간은 다시 로봇 제작 과제는 수주하지 않게 될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위드로봇에서 로봇을 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닙니다. 로봇에 필요한 핵심 기술은 꾸준히 개발하고 있을 것입니다. 특히 비전과 MEMS 센서에 관련된 스마트 센서 기술은 주력으로 개발하고 있게 될 것 같습니다.

4. 마무리 및 감사의 글

중간중간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헤매는 위드로봇 연구진들이 편하게 방황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 주신 ETRI 유원필 박사님께 감사드립니다. 유 박사님이 아니었더라면 이런저런 시도는 꿈도 꾸지 못하고 그냥 그런 로봇이 나왔었을 겁니다. 실무로 같이 고생해 주신 ETRI  박승환 박사님께 감사드립니다. 진도가 잘 나가지 않을 때 같이 고민해 주셔서 많은 문제가 훨씬 손쉽게 해결됐었습니다. ETRO가 이렇게 멋진 body를 가지게 된 것은 전적으로  디자인TV 이은창 사장님과 모토롤라 CXD의 박상수 디자이너 덕분입니다. 원안은 훨씬 더 멋졌는데 기계적인 요소에 붙이다보니 노력해 주신 것의 절반 정도만 표현된 것 같습니다. 그래도 너무 멋진 외형입니다. 과제 PM으로 정식적, 체력적으로 모든 것을 소진한 성상학 팀장님께는 회사를 대표해서 감사드리며, 얼굴 부분에 멋진 아이디어를 낸 박현우 팀장님께는 “역시!”라는 감탄사를 드립니다. 제어기 설계에 도움 주신 박종호 팀장님께 감사드리고, 배선으로 어마어마한 고생을 한 박준휘 주임님께는 감사하다는 말과 죄송하다는 말을 같이 드려야겠네요. 그리고 항상 덩달아 고생하는 지원팀도 고맙습니다.

5. 관련 추가 소식

2009년 에 올린 글 태그됨: , , ,